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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의 아케이드 산책기 | 패션 : 무기적인 것에 대한 물신 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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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동 작성일18-11-15 08:58 조회1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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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무기적인 것에 대한 물신 숭배

추승연


요즘 서울 길거리에서는 정말 예쁘고 멋지게 옷을 입은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회사원들은 정장을, 학생들은 교복을, 백수는 추리닝을 입는다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줄 수 있는 옷을 골라 입는다. 히피 룩, 모던 룩, 시크 룩, 빈티지 룩, 그런지 룩 등등 그 이름도 다 적을 수 없는 다양한 스타일들이 있는 것을 보라. 패션은 이제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한 부분이 된 것만 같다.

 

그런데 발터 벤야민은 이런 패션이 자본주의와 함께 출현했다는 것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것에 어떤 특성과 욕망이 숨어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과연 패션에는 우리들의 어떤 욕망들이 숨어있는 것일까?

 

앞서 말하자면, 패션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매번 새로운 것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요즘에도 매년, 매 시즌마다 새로운 패션들이 출현한다. 벤야민에 따르면 19세기에 패션은 언제나 가장 최신 경향(아케이드 프로젝트, p.245)”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유행이라는 이름의 그 최신 경향을 쫓았다. “대중을 움직이는 것은 항상 어떤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그것이 유행이 되기 때문(같은 책, p.245)”이었다.

 

그런데 왜 패션은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선 낮은 계층과 자신을 구별하려는 상류 계층의 노력을 들 수 있다. 파티에서 상류층 귀부인들은 언제나 하층 귀부인들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났으며, 하층 귀부인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다. 그 쫓고 쫓기는 경쟁 속에서 새로운 것은 매번 더 빠르게 요구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패션이 에로틱한 자극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같은 책, p.273)”이다. 언제나 에로틱한 자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주어졌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에로틱한 자극을 목적으로 하는 패션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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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벤야민은 숨겨진 채로 패션에 부여된 우리의 성적 욕망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는 그것이 인간의 육체가 아닌 옷에 대한, 즉 무기물에 대한 성적 욕망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어느 세대든 바로 이전 세대의 패션을 생각할 수 있는 한 최고로 철저한 항-최음제로 체험한다. () 모든 패션 속에는 극히 무자비한 방식으로 성적 도착의 기미가 들어 있다. () 모든 패션은 살아 있는 육체를 무기물의 세계와 결합시킨다. () 무기적인 것에서 섹스어필을 느끼는 물신 숭배야말로 패션의 생명의 핵이다.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새물결, 277)”

 

요컨대 무기적인 것의 섹스어필에 대한 반응인 페티시즘은 그 자체로 물신 숭배이다. 그리고 이런 물신 숭배야말로 패션을 만들어내고 지속시키는 근원적인 욕망이다. 따라서 패션이 자본주의와 함께 등장했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상품은 그 자체로 물신 숭배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고 예쁘고 멋진 옷을 입고 싶다는 욕망은 아주 보편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와 함께 만들어진물신 숭배적 욕망이다. 그러니 그것이 우리 스스로를 충만하게 하는 욕망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따라서 벤야민이 발췌한 약체인 데다 어리석은 패션을 흉내만 내고 있는 계층도 자신의 존엄에 눈을 뜨고 자부심을 갖게 되면 …… 패션은 운명을 다할 것이다.(같은 책, p.268)”라는 말은 패션과 우리 자신의 존엄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졌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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