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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의 아케이드 산책기 | 아케이드 : 상품 자본의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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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동 작성일18-12-20 12:42 조회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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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 상품 자본의 신전

추승연

 

요즘같이 추운 겨울날, 백화점은 놀러 나온 많은 사람들의 피신처다. 겨울에도 따뜻한 백화점 안에서, 사람들은 쇼핑, 식사, 게임, 영화 등 다양한 것들을 즐기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처럼 백화점은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쾌적한 공간처럼 보인다.

 

19세기 파리에서는 이런 백화점의 전신인 신유행품점과 아케이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아케이드란 아치형 천장으로 몇 개의 건물을 이어 만들어진 통로(p.141)”이다. 이 통로는 사람들을 비와 눈, 그리고 마차로부터 보호해주고, 어두울 때에는 밝은 거리를 제공해주었다. 그 통로를 따라 양옆으로는 레스토랑 베론, 도서 대여점, 악보점, 마르키|초콜릿 가게|, 술집, 메리야스 가게, 잡화점, 바느질 가게, 구두 가게, 양복점, 구둣방, 양말 가게, 풍자화 서점, 바리에테 극장(p.147)” 등 갖가지 물건들을 파는 신유행품점들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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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한번쯤 아케이드에서 산책을 하고 싶어했다. 아케이드는 겔러리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했는데, “파리 사람들은 새로운 갤러리의 맛을 알게 되면서 오래된 거리에는 더 이상 발길을 돌리고 싶어 하지 않게 되었다. 오래된 거리는 개에게나 어울리는 곳이라고 말하고들 있다.(p.177)” 아케이드는 수많은 산책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신유행품점의 주인들은 행인들을 유혹하기 위해 상품들을 아름답게 진열하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썼다.

 

또한 참신했던 것은 보증된 상품을 싼 가격에 파는 것이었다.(p.188)” 수많은 고객과 대량 제공 되는 상품이 한 곳에서 마주치면서 박리다매의 영업 방침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공간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백화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제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상품과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화점의 설립과 더불어 역사상 처음으로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군중으로 느끼기 시작했다.(p.158)” 여기서 군중이란, 특정한 계급에 속하지 않는 개인들의 집단을 가리키는 벤야민의 개념이다. , 개인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군중으로서 소비를 하기 시작한다.

 

자유 시장은 이러한 군중을 급속도로 그리고 거대한 규모로 증대시킨다. 그렇게 되면 이제 상품 하나하나가 상품의 잠재적인 고객들로 이루어진 군중을 자기 주위로 집결시키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국가들은 바로 이러한 군중을 모델로 받아들였다. 민족공동체는 각 개인들에게서 이들을 소비자들로 이루어진 군중 속으로 남김없이 일체화시키려는 시도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근절시키려고 한다.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새물결, 869~870)”

 

요컨대, 자본주의의 자유 시장은 개인을 소비자라는 이름 아래 일체화 시킨다. 아케이드와 신유행품점은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면서 그것을 부추기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꼭 상품을 구매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수많은 광고들 사이에 놓여진다. 필요 없는 사치품을 사고, 다시 돈을 충당하기 위해 노동하는, 소비와 노동의 끝없는 연쇄 고리는 이렇게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끝없는 연쇄 고리에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자본의 회로에 올라탐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과 편의 때문이지 않을까. 벤야민에 따르면 아케이드는 상품 자본의 신전(p.147)”이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그 신전의 사제들이다. 물론, 자본은 전지전능하다. 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길이 어두우면 길을 밝혀준다. 하지만 자본은 사실 우리들이 우리 자신이기를 포기하고 군중이 되기를 강요한다. 자본이 제공하는 혜택과 편의는 사실 우리의 끝없는 노동과 피착취를 전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동안 횡설수설 산책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을 끝으로 <추의 아케이드 산책기>는 연재를 종료합니다. 내년에는 다른 텍스트로 연재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그럼 2019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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