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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과 아이들의 중국여행기 | 중국, 먹어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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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거인 작성일15-09-15 14:45 조회2,6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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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과 아이들의 중국 여행기 3편
 먹는다 , 중국에서 중국을!

키키

 
   우리 팀은 중국에서 정말 잘 먹고 다녔다. 맛있는 먹거리와 음식 잘 하는 식당을 쏙쏙 잘 찾아 먹었다고 하기 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잘 챙겨 먹고 다녔다는 의미다. 잘 먹기로 어디서 빠지지 않는 민경이와 나 그리고 ‘고기와 맥주’라면 눈에 불을 켜는 윤석이까지, 식당에서 우리는 한 팀으로서 훌륭한 팀웍을 보였다. 그리고 길쌤은 이렇게 먹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고려해서 식당에 가지 않더라도 매 끼마다 뭐라도 먹을 수 있게 안배했고, 먹는 것에 돈 쓰는 것에 관대한 모습을 보이셨다. 그러다가 이삼일 째부터는 다 함께 예산을 걱정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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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질 수 없는 계란볶음밥!

계란볶음밥 없이 주문했다간 하나도 못먹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먹어야 안다

    중국에선 다종다양한 고기와 향신료를 사용하고 또 메뉴를 봐도 알 수 없는 요리가 워낙 많아서 우리는 매번 호기심과 걱정 사이를 오가며 도전정신을 발휘해가며 주문해야 했다. 우리의 고민은 이런 거다. ‘아, 뭘 시켜야 먹을 만할까?’ 일단, 중국인들이 기본적으로 요리에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 고수를 질색하시는 길쌤을 고려해서 우리는 ‘무난한’ 음식을 정말로 엄선해야 했다. 그리고 입이 짧은 승주를 위해 또 하나. 가령 ‘쓸데없는 것’이 안 들어가는 음식, 감자볶음이나 계란(야채) 볶음밥 같은 것들을 잘 찾아내는 일이다. (감자볶음은 정말 다른 재료가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고 기름과 소금으로만 볶은 퓨어한 감자 요리였음에도 길쌤은 제일 맛있다며 만족해 하셨다.) 그렇게 ‘기본’을 정해둔 후에, 국물이 들어간 요리를 고집하거나 특이한 음식에 도전하는 나를 비롯해 면을 사랑하는 민경이, 고기를 꼭 넣어야 한다는 윤석이가 서로 조율해 가며 하나씩 주문하곤 했다.

    주문할 때 말이 안 통하는 것과 주문했을 때 음식이 (우리 입맛에) 안 통하는 건 다른 문제다. 사진이 있을 때는 그나마 고르기가 수월했지만 그렇지 않고 중국어로만 된 메뉴판일 때는 더 긴장을 곤두세워야 한다. 유일한 한문 능통자인 길쌤이 메뉴를 보고 ‘이건 소고기가 들어간 거고, 저건 조류를 가지고 어떻게 볶은 요리인 거 같은데?’라고 말해주시면 그나마 주재료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심지어 영어로 설명이 된 메뉴를 보고 사진까지 확인하고 주문했을 때조차도, 실제로 어떤 기상천외한, 기대 밖의 음식이 우리 앞에 놓일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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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산장에서 컵라면~

컵라면이라면 그나마 안정적일지도?!


    한 번은 만두 그림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림 바로 아래에 적힌 것으로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만두는 기본적으로 맛있는 만두는 아닐지언정 실패할 수 없는 메뉴였다. 그래서 만두를 주문할 때는 꼼꼼히 살피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이때 다른 샐러드나 고기, 볶음메뉴는 엄청 고심해서 골랐다) 주문하고 얼마 안 있어 따끈하게 쪄진 만두가 나왔다. 무심코 만두를 집어 들어서 한 입 무는 순간, 물컹하고 기분 나쁜 감촉과 뭔가 비릿한 맛이 전해졌다. 만두 속에 든 것은 우리가 알듯 야채나 고기가 아니라 선지였다! 그러니까 피로 만든 만두소!? 쇼크! 믿고 있던 만두에게 배신당한 기분! 억지로 입에 댄 것 까지는 먹었지만,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었다. 남은 만두들은 고스란히 식사 끝까지 외면당했다. 이야말로 중국에서만 가능한 음식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 밥버거가 있고(?) 불고기 피자가 있듯 아마 중국내에서도 지역마다 각양각색의 만두들이 있을 테다. 다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서 유감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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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의 '선지'만두

선지국만 보왔지만...만두는 좀... ㅠㅜ

 
    반대로 이날 만두와 같이 우리가 불안해하며 시켰던 음식이 있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우리가 먹었던 대부분의 음식들 이름은 아예 모른다.ㅠㅠ) 이 음식이 식탁에 차려졌을 땐 비주얼까지 생소해서 우리를 긴장시켰더랬다. 보통 볶음 요리들은 다 조리해서 접시에 올려주니까 이것도 그럴 줄 알았는데 갑자기 버너가 등장하고 그 위로 냄비가 올라오는 게 아닌가. 버섯과 고사리, 다른 앙상한 야채 몇 가지가 들어간 전골, 혹은 찜 같은 요리였는데 딱 봐도 먹음직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게 의외로 우리 입맛에 엄청 잘 맞았다! 전골이라기엔 국물이 거의 없고, 야채들이 데워지면서 국물이 약간 생긴 정도여서 찜이라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름기 없이 고추와 마늘로 간을 해서 그런가 야채마다 간도 잘 배여 있고 짭쪼롬하고 매콤한 요리였다. 뭔가 익숙한 듯 아닌, 새로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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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선전, 버섯고사리찜(?)


    정말 중국에서는 뭐든 먹어봐야 안다. 삼일 째 되는 날, 우리 멤버의 막내 승주가 입에 중국음식이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우리가 다 아는 국제적인 브랜드 피자헛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 했다. 우리는 글로벌하고 표준적인 맛을 기대하며, 자신 있게 시푸드 피자를 주문했다. 예상했겠지만 이때도 우리의 예상은 어김없이 비껴갔다. 통통한 새우를 기대하며 기다렸던 우리 앞에는 파인애플, 맛살, 칵테일 새우가 올라간 부실한 시푸드 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못 먹을 음식까진 아니었지만, 돈 주고 먹을 음식도 아니었다. 결코 많은 양이 아니었지만 결국 우리는 시푸드 피자를 다 먹지 못하고 숙소로 가져왔다.(그러나 숙소에서도 피자의 말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식당에 갈 때마다 맛을 예측하지 못했고 매번 접시를 다 비우지 못하곤 했다.(ㅠㅠ아까비)

 


공통 감각으로 부딪힌 여행

    그런데 또 한 가지 우리가 양을 맞추지 못 했던 까닭은, 중국의 식문화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뷔페나 한정식 집에 갔을 때는 한 사람 앞에 하나씩 주문해야 하는 게 보통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무조건 1인 1메뉴, 혹은 그 이상을 주문해야 했다. 그걸 알게 된 건, 승덕에서의 첫날 아침, 근처의 작은 식당에 첫 끼 식사를 먹으러 가서다. 우리는 부담스럽지 않게 죽 하나, 만두 하나, 교자 하나 이런 식으로 총 네 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이 끝났다고 하는데도 식당 아주머니가 우리 앞을 떠나시질 않고 계속 말을 걸면서 성을 내시는 게 아닌가. 말은 못 알아듣겠고, 서로 답답해하다가 그냥 아주머니는 홱 돌아서고 말았다. 나중에야 우리가 적게 시켜서 그런 줄 알아채고 더 시키려고 했으나 그땐 이미 아주머니의 맘은 떠난 뒤. 우리의 주문을 아예 받아주질 않았다. 급기야 아주머니는 가뜩이나 좁은 가게에서 식탁 사이로 지나다니다가 길쌤이 앉은 의자를 거세게 퍽! 차고 지나가기 까지 했다. 무셔라. 나중에 들어온 옆 테이블이 어떻게 주문하는가 싶어 봤더니 그쪽은 한 사람당 만두 하나 죽 하나를 시켰다.

    한국에서는 딱 맞게 먹고 남기지 않는 게 미덕인 반면, 중국에서는 넘치게 시키고 너무 푸짐해서 다 못 먹어주는 게 미덕이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이날 우리는 새 모이 먹듯 먹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장사에 도움 안 되는 무례한 손님이었던 거다. 어쨌든 이후에는 한 사람당 메뉴 하나씩을 시키려고 애 썼다. 그래서 매번 남기고야 말았고.(ㅠ) 그렇게 우리는 낭비적인(?) 또는 중국의 식문화를 배불리 경험하고 왔다. 아마 이것도 결국은 내 좁은 시선 속 중국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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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음식재료들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 식당에서 우리가 중국인 점원의 말을 알아듣고 설명을 이해했더라도 원하는 대로 맛있는 것만 잘 골라서 먹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여러 가지 야채랑 소고기를 매콤하게 볶은 요리에요, 맛있어요’라는 설명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잘 먹어요’라는 어떤 설명키 어려운 한국인의 공통적인 감각 기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감각이 어떤 건지는 말로 할 수가 없다. ‘마늘이 들어가고 고수는 안 들어가고…’ 중국인들의 맛에 대한 감성과 한국인의 맛에 대한 감성을 가르는 것이 그것만은 아닐 테다. 그러나 바로 그 감각, 감성의 부분에서 우리는 크게 부딪히고 만다. 아무리 점원이 추천 메뉴를 들이대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중국인들에게 한정된 것일지, 우리에게도 통할지 어떨지는 결국 먹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중국음식을 잘 아는 한국인 가이드가 없는 한, 우리는 이런 난처한 상황을 몸으로 겪으며 갈 수 밖에 없었으리라!

    제각각 다른 캐릭터들, 서먹할 수 있는 멤버들로 구성된 이번 여행에서 ‘먹는 일만큼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이 공통 감각 하나만큼은 우리 사이에 잘 작동하고 있었다. 여행 전반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우리는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탈 수 있을 때 탔다. 피서산장의 호수에서는 보트를 탔고, 공원 내에 걸어 갈 수 있는 곳은 다 걸어보고, 산 위로 오르는 버스를 타기도 하고, 경추봉에서는 리프트를 탔다. 북경에서도 걸을 수 있으면 걷고 지하철을 탈 수 있으면 탔다. 어디서 쉬고 어디서 먹을지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이 여정 위에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물론 엄연히 말해서 자연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음식점을 찾아 헤매느라 공연히 근처에서만 한 시간을 돌아다닌다거나, 아예 과일이나 빵 같은 간단한 먹거리라도 사 들고 다녀야 그나마 중간 끼니를 때울 수 있다든가. 이처럼 디테일하게 말하면 늘 매끄럽게 먹고 자고 다닌 것만은 아닐 테다. 그럼에도 끝까지 별 탈 없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우리 사이에 (꼭 먹는 일만이 아니라도) 말로 잘 설명할 수 없는 그 공통감각이 잘 흐르고 있었던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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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에게 행복이란?

중국여행 중 마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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