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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과 아이들의 중국여행기 | 無재성녀의 여행회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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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거인 작성일15-09-15 15:02 조회2,7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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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과 아이들의 중국 여행기 4편
무(無) 재성녀는 어떻게 회계가 되었나

민경

 

    갑작스런 사주 고백으로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의 사주에는 일복과 재물을 뜻하는 ‘재성’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금(金)’ 기운마저 고립되어 있어서 야무짐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붙여주셨다. 물론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긴 하다. 하는 행동을 보면 사주와 꼭 들어맞는기 때문이다. 일 하는 것은 가능한 한 기피하며, 야무지게 처리하지 못한다. 그리고 물건이 내 손에만 들어오면, 두 동강이 나거나 찢어지고, 부서진다. 예전에 한 신발가게에 신발을 사러 들어갔다. 신발 한 짝 건드리지 않았는데 눈 앞에서 신발이 우수수 떨어지는 황당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우리 가족들이 다 목격했으니 이 사건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사고는 돈 문제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한다. 돈이 생겼을 때 그 돈을 얌전하게 수중에 간직한 적이 별로 없다. 있는 대로 돈을 다 써버려서가 아니다. 나는 돈을 자주 잃어버린다. 돈과 물건이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듯 줄줄 새어나간다. (대부분 다시 되찾기는 했지만) 이런 나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물건 하나 쥐어 주는 것도 상당히 못 미더워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임무가 하나 내려졌다. “이번 중국 여행은 네가 여행 계획을 짜고 회계를 해라.” 아니! 회계라니! 내 인생에 한 번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명함이 주어졌다. 돈 관리하는 게 싫어서 내 통장 계좌도 잘 안 펼쳐보는 나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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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성 없는 내가 회계라니... 회계라니...

 

    나도 내 자신이 영 미덥지 않았지만, 사주 탓하며 맡겨진 임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내 약점을 극복할 좋은 기회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MVQ 여행을 위해 회계는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선 여행 계획을 잡아야 하고, 여행 예산을 짜야 하고, 여행 후에 지출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여행 예산을 짜는 것부터 상당히 쉽지 않았다. 열하 여행을 다녀 오신 분들이 계셔서 승덕은 다닐 곳을 고르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승덕은 한국인에게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라 관광 정보가 극히 미미했다. 북경은 한국 웹사이트에도 워낙 정보가 많아 예산을 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넓은 북경에서 2일간 다닐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열하여행을 다녀오신 선생님들께 정보를 듣긴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 선생님들은 중국 사정에 능통하신 가이드분과 함께 이동하신 반면, 우리는 중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내 계획에 의지해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미안하다!!) 책임이 막중했지만, 역시나 여행은 결코 내 생각대로 유려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여행경비로 입금된 돈을 받아 명동에 있는 은행에 환전을 하러 갔다. 100만원 이상의 돈을 은행에서 인출해 본 게 처음인지라(!) 오고 가는 길 내내 좀 긴장을 했다. 그런데 환전을 하는 것부터 나에게는 너무 복잡했다. 환전이야 은행 직원분이 해 주시는 거라 상관없지만, 내 용돈과 부탁받은 키키 언니 용돈, 그리고 여행에 필요한 공금 등을 분리해서 세 봉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분리에 특히 약하다. 다행히도 별 탈 없이 환전을 마치고 다음날 본격적인 여행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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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자의 포스

 

    이제 여행지에 도착해서부터는 모든 것이 실전이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관광지 표를 많이 구입하고, 교통비를 많이 지불하고, 식당에서 돈을 내 본 적은 처음이었다. 큰 돈이라 일행이 나누어서 가지고 있긴 했지만, 돈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나한테 있는 탓에 불안했다. 그리고 쓴 돈을 모두 꼼꼼히 기록해서 공적 문서로 작성하는 경험도 처음이었기에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 와중에 최악의 상황이 될 경우 그 큰 돈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그리고 알바를 몇 시간을 해야 그 돈을 갚을 수 있을까 하는 최악의 상황을 공상하기도 했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지만 중국어 숫자는 오래 전에 외웠으니 계산에는 별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현지의 숫자는 내가 알던 그 속도가 아니었다. “백. 삼. 십. 원”의 최소 2배속이었다. 상인 분을 향해 멍청한 표정을 짓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차츰 그 빠른 속도에 익숙해 져서 계산만큼은 능숙하게 되었다. 아, 계산 때문에 중국인 아저씨를 화나게 한 적도 있다. 우리는 여행 둘 째날 승덕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자, 청나라 황제의 휴가지였던 ‘피서산장’에 들렀다. 역시 중국답게 넓어도, 너무 넓었다. 피서산장을 나가서 식당에서 밥을 먹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피서산장 안에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을 사먹기로 했다. 컵라면을 고르고 아저씨에게 당당히 돈을 내밀었다. 그런데 아저씨께서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다. 5위안짜리를 가리키며 아니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5위안이 맞다고 우겼다. 그러자 아저씨의 언성은 더 높아지셨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것은 5위안이 아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아저씨는 곧바로 웃으시며 괜찮다고 말씀하셨다.(중국인들은 언성을 높일 때는 꽤나 무섭지만 감사인사나 사과는 매우 친절하게 받아주더라.) 그 5위안이 아닌 듯 5위안 같은 돈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한국에 돌아와서 은행의 환전소에 물어봤으니 “아마... 구권 같은 데요? 잘 모르겠어요.”라는 애매모호한 대답만 듣고, 아직도 정체를 알 수 없어서 서랍에 모셔만 두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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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회계, 혹시 남은 돈 계산하고 있는거?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밤에 숙소에서 쓴 돈을 계산했는데 계산이 맞지 않았다. 계산과 실제 남은 돈이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 잃어버린 돈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음 날 여행지를 돌아보는 와중에도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좌불안석이었다. 다시 계산해보니 단순한 기록 실수여서 무사히 해결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태까지 나는 돈에 대해 부담을 느껴본 적이나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나 자신이 돈에 대한 집착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올해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면서 느낀 감정들에 비추어 봤을 때, 그건 나 자신에 대한 오만이다. 돈에 대해 불안해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경지가 아니다. 내가 돈에 안달하지 않았던 것은 그 전까지는 돈에 대해 스스로 관리해 본 적이나, 독한 마음을 먹고 벌어본 적이 없어서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거의 처음으로 돈을 관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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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외팔묘입니다!

 

    여행지에서 수도 없이 계획과 어긋나는 일을 겪었다. 인터넷에서 조사해간 정보와 실제로 써야 하는 돈은 많이 달랐다. 그럴 때마다 잔뜩 경계태세를 갖추게 됐다.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는 건 아닐까, 말을 잘 못해서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베이징에서 출발 해 늦은 밤 도착한 승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버스터미널에서 호텔로 가는 택시를 잡아 탔는데 20위안을 요구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승덕 시내 어디를 가도 기본 요금인 6위안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에 굉장히 분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제대로 미터기를 찍고 운행해도 20위안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바가지 씌운 것이 아닌데 괜히 욕했다는 생각에 살며시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계획과 같은 여행은 없다. 언제나 미리 준비해 간 것과는 다르다. 회계를 하면서 계획과 현실 사이에서 항상 고민해야 했다. 여행 초반에 생각보다 지출이 많아서 긴장을 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돈이 모자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여행에서 돈을 쓴다는 것은 평소에 돈을 쓰는 것과도 다르다. 여행에서의 소비는 수십 년을 살아서 물가를 빤히 알고, 급하면 돈을 빌릴 수 있는 아는 사람이 있는 곳과는 다르다. 여행지에서는 언제나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여행에서의 지혜는 이런 상황에서 길러진다. 예외적인 상황에 당황해서 그 예외성을 즐기지 못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모자라서 일행들에게 폐를 끼쳐서도 안 된다. 예외적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 그 두려움 때문에 상황을 즐기지 못하는 대신 그 사이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잡는 방법을 알아갈 것. 5박 6일동안 낯선 땅에서 회계로 활동하며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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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과 여러 아이들(?), 찰칵!

 <길쌤과 아이들의 중국여행기>는 이제 끝납니다. 막무가내로 떠난 중국에서, 희한한 음식과 의사소통되지 않는 중국어를 몸소 느꼈군요. 다음 번 여행에선 우크라이나로 갈 수 있을런지??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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