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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로드스쿨-홍루몽 | 이상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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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연 작성일15-11-14 21:05 조회1,7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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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낭송 로드 스쿨 홍루몽/남경 여행기


                                  이상한 여행

김순덕(나이스걸^^)

 


나에게 이번 여행은 체력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무리였다. 우리 팀의 모두는 나보다 한참 젊어서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 해 봤자 공감을 얻을 수 없었다. 더구나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 낯선 이들과 몇 일을 여행 하는 건 생각만으로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힘들어 할 수만은 없었다. 공부나 여행은 모두 자초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고난의 여정에 기꺼이 참여한 이유를 자신에게 되물어가면서 여행을 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마냥 즐겁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일상은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공간과 문화에 대한 설레임도 있었지만 동시에 도대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는 답답함과 부끄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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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여행은 시작됐다

 

인상 깊은 여행지
이번 여행지는 모두 좋았지만 아는 게 많지 않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특히 루쉰에 대해서 전혀 모르면서 루쉰 기념관을 둘러보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맑고 단아했던 사람이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왠지 혁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예리한 통찰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는 분별심이 없어 보였다. 그가 살던 집도 소박하고 단출해서 존경심이 더해졌다. 그의 관심과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가 겪었을 고민과 아픔, 외로운 결단 등의 진한 외로움이 다가왔다. 루쉰을 알고 그의 작품을 공부해보면 여지없이 그가 좋아지겠다는 짐작을 해본다. 시공간을 너머 누군가를 흠모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설마 그처럼 살아야 겠다는 건 아닐 것이다. 아마 나약하고, 온갖 욕망에 가득차고, 모순 덩어리인 우리에게 그 한계를 너머선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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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신, 앞으로 알아갈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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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루신의 무덤 앞에서 3조 기념 사진 


그리고 루쉰 공원 안쪽의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이 있었다. 도시락 폭탄을 던졌던 현장도 보고 숭고한 그의 행적에 대한 기록도 보았지만  정작 내가 꽂힌 건 그의 외모와 눈빛이었다. 27세라는 젊음의 신체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게다가 진실한 눈빛이 더해져 그는 더욱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 아름다운 청년의 모든 걸 스러지게 한 민족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아는 앝은 지식을 총 동원해서 보면 같은 민족에 대한 애정은 진화과정에서 습득한 감정이다. 이 감정은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친하고 낯선 이들을 차별하는 과정에서 나온 강렬하면서도 동시에 해악이 많은 이면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습득된 민족이라는 감정으로 하나의 민족은 다른 민족을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민족은 처절하게 저항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 아닌가? 어느 민족이 특별히 잔인하고 나빠서가 아니다. 으레 그런 것이다. 그래서 더 애닯게 느껴졌다. 특히 나는 유물론을 믿는다. 우리 모두는 한시적인 존재인데 오직 민족이라는 애정과 믿음으로 장렬히 죽음을 맞이한 그의 찬란한 젊음이 새삼 슬펐다.


명나라 주원장의 명효릉은 14세기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그저 오래전, 지금보다 문명과 기술이 훨씬 뒤떨어진 시대에 지어 졌다는 것만으로 설레고 흥분되었다. 모든 것이 수공업이었던 그때에 건축한 건축물은 다 아름다웠고 위대해 보인다. 더구나 규모가 크면 그곳에 동원되었을 사람들의 노동의 고단함까지 떠오른다. 게다가 주원장은 걸식 승 이었다고 하는데 하찮은 걸식 승에서 황제까지의 신분변화가 가능한 것인가? 걸식 승에서 황제가 되고 아름답고 거대한 능을 만든 인간의 위대함과 동원된 노동의 고단함, 민족이 무엇이고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이런저런 상념들이 떠오르다가 이내 흩어졌다. 중산릉도 주변의 자연과 경관이 멋있고 큰 규모도 이색적이었다. 격동의 근대화의 지도자의 묘를 보면서 여전히 우리에게 민족과 국가가 무엇인가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상해 박물관. 박물관은 처음엔 호기심으로 보다가 이내 지루해 지곤 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그 지루함이 나의 무식함에서 오는 부끄러움이라 생각해서 박물관에서는 항상 어정쩡한 상태를 견디지 않을 수 없었다. 상해 박물관도 처음의 춘추전국시대의 칼자루 모양의 화폐를 신기하게 관람하다가 차츰 원형 모양의 비슷한 화폐가 나와 곧 지루해졌다. 간신히 소수 민족 의상까지는 그럭저럭 관람하다가 도자기와 그림 글씨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그림과 글씨는 까만 것은 글과 그림이요 하얀 것은 종이였다. 관람의 한계를 느낀 나는 튕겨져 나오듯 밖으로 나왔는데 그곳에서 곰 샘을 만났다. 그런데 지성의 사부인 곰 샘도 지루해서 주리를 틀고 계셨다. 게다가 왜들 빨리 안 나 오냐면서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시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 인간적이고 반전이 있는 유머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동시에 박물관은 나만 지루한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고 자유함을 얻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삶의 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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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지성의사부도지루하게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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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자유함, 그리고 지혜를 얻다


졸정원과 사자림은 그야말로 이색적이어서 볼만했다. 감탄이 절로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그 유래보다도 명,청 시대의 건물 양식과 그렇게 정원과 건물을 디자인하고 만든 사람들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상해 대관원은 읽었던 홍루몽을 떠올리며 돌아 본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곳에서 금릉 12차를 비롯해서 그들의 동선과 희노애락과 생로병사를 떠올리니 재미있었다. 이런 독특한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화려한 귀족들의 삶의 스케일을 가늠하면서 감상도 하고 특히 대옥이가 있었던 건물이 아름다웠다. 무엇보다도 자연과 어우러지게 건축하고 배치한 것이 제일 부러웠다.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사는 나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었다. 하인들을 거느린 고관대작의 큰 집은 아니어도 언제쯤 자연 속에서 일상을 살 수 있을 것인가? 귀농도 엄두가 안 나고, 지금으로선 자연 속에서의 일상은 요원 하기만하다. 그렇다고 도시의 소비문화를 추구하지도 못하는 이 어정쩡한 상태가 싫다. 그래서 더욱 부러웠다. 


수향마을은 독특한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물의 마을이었다. 자연조건에 의해 독특하게 형성된 마을이 이색적이었다. 우리와 다른  삶의 양식을 보고 것은 항상  즐겁다. 자연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삶의 다양한 모습도 좋고, 무엇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소박한 삶의 양식들이 편안함을 준다. 현대 문명에 비해서 무지 불편한 것도 있고 비효율적인 것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무작정 끌린다. 이런 나를 아들은 좌파성향이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그래서 인지 황푸강을 끼고 있는 외탄은 화려한 야경과 유럽식건축물이었지만 별 감동이 없었다. 조명의 화려함은 왠지 나와는 상관없어 보인다. 게다가 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욕망 등 부정적인 생각만 든다. 첨단의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고 살면서 정작 옛것과 자연만을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이 분열증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현대문명의 이기를 외면할 용기도 없으면서 괜한 꼬투리나 잡는 심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저 양손에 떡을 쥐고 있으려는 욕망인가? 생각과 행동이 전혀 다른 이 이율배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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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의 배경이 된 졸정원과 사지림

 

화려하지 않지만 충만한 여행 컨셉, 유쾌한 경험
청나라 시대의 소설을 읽고, 나에겐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흠모하고 존경하지만 역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부와, 암송을 해야 하는 부담. 여행의 내용은 대충 이랬다. 이상한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주위의 가족과 지인들이 물어보면 열심히 설명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듯한 표정이다. 정체성이 모호한 여행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작 나도 문득 문득 이 여행을 왜 가려고 하는지 이상야릇하기 까지 했다. 책을 읽고 답사를 갈 정도로 지적 호기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같이 여행을 가는 사람들과 친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들과 몇일을 지내는 고역스러움을 감내해야 하고, 그렇다고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었다. 작정하고 구법을 찾아나서 듯 절실한 그 무엇도 없었다. 더군다나 글이 서툰 나에겐 에세이를 쓰고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과정은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그런데 뭔가에  홀린 듯 여행에 동참하게 됐다.


물론 곰 샘과 같이 간다는 설레임이 가장 컸지만 아직은 여전히 어렵고 어색한 스승일 뿐이었다. 온통 나조차도 납득이 어려웠지만 운명처럼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좋았다. 내 예감이 맞았다. 단순히 지적인 허영심도 채우고 여행의 방법도 알고자하는 표면적인 이유 말고도 깊은 여운이 남았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나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삶의 연속이었다. 공부, 결혼, 인간관계, 요리 등 모든 것이 어렵고 혼란스러웠다. 그 어려움과 혼란스러움을 행여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했고 때론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것은 시행착오 정도가 아니었다. 나에게도 모성애가 있는 걸까 의심이 들 정도로 이기적이었던 순간이 많았고 원색적인 화와 짜증을 내는 건 다반사였다. 돌이켜보면 육아뿐만이 아니라 그 외 많은 것들이 혼란스러웠고 결국엔 찌질 했다. 그런데 그렇게 찌질함으로 점철된 생활이 답답하고 불행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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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잘 걷기. 나이스함은 멀리 있지 않다 

 
나도 나이스해지고 싶었다. 거창하게 구원까지는 아니어도 무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도대체 인생을 살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추구해야 하는가, 무엇을 경계하고 내려놓고 덜어내야 하는가 알고 싶었다. 그럴러면 배워야 했다. 그 배움은 지식뿐만이 아니라 지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그 중에 하나가 공부이고 여행의 맛과 의미를 아는 거였다.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이었다.


공부하고 여행하는 이런 컨셉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충만했다. 특히 곰 샘이 어느 부분에서 머물고 감동하고 지루해하는지 훔쳐보면서 배우기도 했다. 여행 코스도 좋았지만 같은 조였던 사람들과의 사귐이 좋았다. 나이도 맞지 않고 친하지도 않았지만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또 다른 인생의 해법을 찾은 것 같았다. 뜻밖이었다. 조원들의 따뜻한 배려와 유머가 행복하게 했다. 그래서 어떻게 여행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타인과 어울릴 수 있는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까지도 알게 됐다. 유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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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경험을만들어 준 유쾌한 쭌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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