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와의 작별 이야기 > 쿵푸스온더로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양력 2018/12/10 월요일
음력 2018/11/4

절기

쿵푸스온더로드

낭송로드스쿨-홍루몽 | ‘원래’와의 작별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만수 작성일15-11-22 12:06 조회2,388회 댓글0건

본문

‘원래’와의 작별 이야기


홍루몽 낭송-로드 스쿨 1조 박성희

나는 원래 좀 예민하고, 비활동적이다. 그래서 살면서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았다. 대학 때도 MT만 가면 다치거나 아파서 남들처럼 ‘여행’을 그다지 동경하지도 않았다. 특히 20대 초반 비행기를 아주 힘겹게 탄 이후로, 해외여행은 내겐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근데 올해 무슨 기운이 들었는지 브라질에 이어 중국까지 가게 되었다. 늘 야심차게 시작만 잘하는 나는 홍루몽 수업에서도 또(루쉰 글쓰기 수업도 ㅠㅠ) 중반이후 회사 블랙홀에 빠져 거의 나오지 못했다. 책도 잘 안 읽어가고 그러니 조별 토론 땐 작아질 수밖에 없어, 난 조원들과 별로 친해지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수업은 안 간 주제에, ‘함백 엠티’는 또 함께해(실로 이런 게 부끄러운 거다. ㅠㅠ) 기본 일정에 샤먼 추가 일정까지 늘려 동행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홍루몽을 타고, 낯선 해외여행, 난 일상이 넘 피곤했고, 별 생각 없이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무심코 탄 비행기를 내리면서부터 내 안의 꽤 많은 ‘원래’들과 작별했다.

원래 중국은
나는 가기 전 중국을 잘 알았다.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언론에서, 주위에서 많이 들었다. 중국은 짜가가 판치고, 어디나 사람은 엄청 많고, 땅이 넓어 뭐든 규모가 엄청 크고, 음식엔 기름기가 너무 많고, 매우 시끄럽다. 이건 내가 38년간 ‘들은’ 중국에 대한 이야기였고, 한국 명동거리를 지나가다 마주친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으로, 내 머릿속 중국의 모습에 대해 난 확신에 차 있었다. ‘음... 중국은 분명 이러이러할 거야.’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0
 깔끔하고 조용한 중국 지하철 

그런데 난징 공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탄 순간 난 당황했다. 내 각본과는 다르게 지하철 속의 중국인들이 너무 조용했다. 엄청 시끄럽게 중국말이 들려야 하는데 시끄러운 우리 한국말만 들렸다. 난징박물관 건물도 생각보다 너무 세련되고, 사람도 생각보다 별로 없어 여유로웠고, 공룡부터 구석기, 신석기, 명․청 그리고 중화민국 임시정부 거리에 현대까지, 수많은 교과서 속에서 보았음직한 역사 속 유물들이 귀하게, 소중하게 잘 모셔져 있었다. 2,200년 전 무덤에서 발굴된 2,600개의 옥을 은실, 금실로 엮은 수의부터, 당 3색 공예품과 죽림 7현에 실제 짝을 맞추기 위해 8명이 그려져 있다는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문득 공자, 맹자가 떠올랐고, 이들이 장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유산이 엄청난 나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글날 여행 떠나는 내게 보내준 친구의 문자 ‘나랏말싸미 즁국에 다라, 즁국!!!’가 곱씹어지며, 우리말이 그 ‘즁국’과 달라 한글을 만들었듯이, 중국이 우리 옆에 아주 오랫동안 매우 가까이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2시간이면 가는 나라, 물리적 거리도 매우 가까웠다. 중국이 대륙은 대륙이구나, 엄청난 문화유산이 있는 나라구나, 또 난징대학살처럼 참 아픈 역사를 우리처럼 가지고 있는 나라구나... 내 머릿속 원래 있던 중국의 모습은 깨지기 시작했다.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0
 난징박물관, 옥으로 만든 수의 

본격 여행 첫날, 중국의 이미지가 막 대국, 유구한 역사로 바뀔려는 무렵,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전통 중국식당인 듯 했고, 우리 10명은 세트메뉴 10인분 짜리를 좀 무리한 가격에 시키고, 음식을 기다렸다. 나오는 종류는 많았지만 오리혓바닥 이런 게 나와 정작 우리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익숙한 닭요리가 통째로 큰 대접에 나오고, 익형샘이 종업원에게 가위를 달라 하고, 그 사이 젓가락으로 닭을 분해해 보려 씨름하다 순간 멈칫! 하며 닭을 탁 놓았다. “왜? 왜?” 익형샘이 예기치 못하게 닭 머리와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나도 닭머리를 보고 기겁을 했다. 한국에서도 ‘닭한마리’ 요리를 종종 먹어봤지만 이렇게 진짜 통째로, 닭머리까지 닭 한마리는 처음이었다. 실제 보니 넘 징그러워 난 손을 못 대었다. 그리고 끝도 없이 엄청난 양과 종류로 쏟아져 나오는 요리... 살 없는 작은 비둘기 구이가 또 통째 박제 수준으로, 그나마 쫄깃한 생선살인 줄 알고 한 입 먹었던 것이 개구리임을 알고, 난 오이를 춘장에 찍어 제일 맛있게 먹었다. 중학교 때 해부했던 개구리가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며, ‘아...머리까지 통째로 내놓다니 넘 야만스럽고 징그럽다’ 이런 생각이 들며 비위가 상해 식사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0

 

 '리얼' 닭한마리 탕 

 

식사를 끝내고 나와 선영샘한테 닭 머리까지 나오다니 넘 끔찍하다고 하니 선영샘 曰, “ 원래 중국은 귀한 사람에게 귀하게 대접할수록 그 음식(재료)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체를 다 내더라고요” 한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진짜 우리야말로 어떤 닭인지도 모르고, 머리․꼬리 없이 부분, 부분만 먹는데, 우리가 더 야만적일 수도, 오롯한 한 마리를 그대로 먹는 것이 더 닭에 대한 존중일 수도, 더 인간적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그 배경과 이유를 알면 다 그것이 타당하고 이해될 수 있는데, 그냥 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들로 다른 나라를, 사람들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잘못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유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흥분만 하며, “어떻게 그래?!” 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래 샤먼행은
우리 1조는 배순샘만 빼고, 남경 일정이 끝나고 6공주만 샤먼으로 가 3박을 더 하기로 하고, 한국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서 출발했다. 사실 우리는 하문이 샤먼인지도 몰라 하문 공항을 못 찾겠다며 인터넷에서 비행기표를 끊는데도 우왕좌왕했을 정도로 샤먼을 잘 모르면서도, 은근 우리조만의 숨은 보물! 중국어 잘한다는 수정샘이 있어 믿고 떠나는 면이 있었다. 경선샘은 샤먼의 해산물에 넘어간 듯 했고, 난 비행기를 이왕 타는데 3박 4일은 넘 짧은 것 같다는 단순한 이유로, 다른 사람들도 나름의 별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들로 6박 7일행을 선택했다.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0
 샤먼 멤버들 
  
공식 남경 일정의 마지막 날, 우리는 다음날 새벽같이 나가야 함에도 우리조 청일점 배순샘과의 이별이 아쉬워 늦게까지 함께 놀았다. 그리고 여행 넷째 날, 10월 12일 월요일, 2조와 우리조는 새벽 5시 반에 오렌지 호텔을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전날 늦게까지 마신 술과 여정의 피로 때문인지 차를 타는 순간부터 갑자기 넘 2조를 따라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 그런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선샘도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수정샘에게 “여행은 3박4일도 충분한 거 같아요.”하며 내 마음을 은근 표현했다. 깨달았다. 여행은 3박4일이 적당하다. ‘뭣 때매! 뭣 때매! 샤먼까지 따라간다고 했을까!’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기에 다소 우울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2조와 배순샘을 보내고, 우리도 8시 비행기라 공항 안내원의 도움으로 자판기에서 우리 티켓을 발급받는데, 내 항공권만 문제가 생겨서 표가 나오지 않았다. 하문행은 만수샘과 수정샘이 함께 표를 C트립에서 끊었는데, 내 여권번호를 잘못 입력한 것이었다. 동방항공에서는 C트립에 알아보라는데, 시간이 너무 일러서 연락도 되지 않고, 쭌언니도 연락이 되지 않고, 그냥 카운터로 가서 현지 발권하였다. 한국에서 8만원 정도이던 표였는데, 16만원이었다.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상관 발동한 경선샘이 “이게 뭐냐며~!” 화를 내고, 만수샘의 어깨가 순간 딱딱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미 샤먼행에 대해 만수샘의 ‘여기까지 공부의 연장선이고 우리의 목적은 마지막까지 한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이라는 발언에, 자유여행을 꿈꾸던 경선샘이 불만의 아우라를 표출하고 있던 참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름의 불만이 있었던 것 같고, 나는 다만 그 상황이 불편할 뿐이었다. 별 생각 없이 ‘그냥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만 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

경선, 유진, 성희는 짐을 부치고, 나머지 셋은 짐을 들고 비행기에 탄다고 했다. 나의 표 사건으로 아침도 못 먹고, 입국대를 통과했다. 그런데 또 세 명이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전화를 해보니, 표에 지혜샘의 영어 이름 스펠링이 잘못 되어 못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휴 이게 뭐야!” 탄식하며 결국 우리 셋만 그냥 비행기를 타러 갔다. 만수샘이 나에게 카톡으로 호텔 주소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원래 각본상 오전9시에 6명이 도착했어야 하는 샤먼 공항에는 3명만 내리게 되었다.

원래대로 할 수가 없다? 있다?
원래의 우리 계획과는 다르게, 급작스레 3:3으로 비행팀과 공항팀이 나눠졌고, 우리는 먼저 호텔에 가서 체크인 시간이 한참 남았으니, 짐만 맡기기로 했다. 샤먼에 도착하니 밖은 야자수 나무가 펼쳐져 있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택시를 타고 주소를 들이미니 전화를 해달라 해서 호텔에 전화를 걸고, 기사님이 통화를 한 후 호텔에 데려다 주셨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샤먼의 기운에 우리 셋은 기분이 좋아졌다. 방금의 그 우울하고 화난 감정은 순간 사라졌다. “와~ 여기 너무 좋다. 기분 진짜 좋다!”
 
호텔에 내려 영어로 체크인도 바로 하고 짐도 풀고 가뿐하게 길을 나섰다. 호텔 안내걸이 너무나 친절하게 맛있는 해산물집을 지도로 그려주었다. 생각보다 쉽게! 중간에 길도 묻고(종이만 보여주면 된다!) 음식점에 도착했다. 전날 배순샘께 배운 수법으로, 경선샘이 웨이터의 손을 잡고 다니며 테이블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이거! 이거!” 하며 다 시켰다. 샤먼의 맛난 점심으로 우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우리 일정대로 우리끼리라도 소화해보자!”는 유진샘의 말에 따라 호텔에 가서 ‘남보타사’ 가는 법을 물어보니, 1번 버스가 제일 좋은 방법이라 하여, 드디어 1위안에 버스까지 탔다. 남보타사에서 내려 좀 구경을 하고 너무 햇살이 뜨거워 커피숍에 들어가 쉬자고 했다. 남보타사 안내원에게 다가가 “카페! 커피! 스타벅스!” 해도 못 알아들었다. 그런데 그 남자 안내원 본인 핸드폰으로 조회한 화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May I help you~ " 자기가 머라도 도와줄 수 있겠냐며... 우리는 그 친절에 심쿵!, 네이버에서 ‘커피를 중국어로’ 검색하여 보여줬더니 친절히 우리를 입구까지 데려와 커피숍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샤먼대 앞 북카페(Feeler Cafe)에서 ‘삥한’ 바닐라 라떼를 마시며 휴식~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0

 여유를 즐기다 

공항 낙오팀은 14시 20분 비행기를 탄다고 했다. 우리는 한참을 쉬고, 오후 5시 반에 개방을 하는 루쉰의 샤면대에 들어갔다. 캠퍼스를 구경하다 관광객 음식점을 물어보자 샤먼대 학생이 우리를 거기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와 불어불문으로 전공이 같은 2학년 여학생이었다. 우리의 나이에 깜놀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캠퍼스를 거닐며 행복했다. 

틈틈이 낙오팀과 소식을 교환하며, 우리 셋이 계속 한 말이 있다. “중국어 몰라도 다 돼!, 아무 문제가 없네...” 우리는 사실 수정샘이 중국어를 너무 잘 하니까 마냥 중국어를 해야 중국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대로 6명이 다함께 왔다면, 우리는 중국여행에 ‘중국어’라는 하나의 키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수샘의 어깨가 ‘공부’, ‘안전’, ‘조장’의 무거움으로 너무 딱딱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 키를 놓치니, 다양한 키들로 중국을 만나기 시작했다. 내 장롱영어도 나오고, 필담에, 바디랭귀지는 제일 확실한 의사소통법이었다. 그런데 음식점에서 밥도 먹고, 버스도 타고, 길도 잘 찾아다니며 계획된 일정을 해나가는 우리를 보며 여행이라는 것이 꼭 그 나라 언어를 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큰 깨달음이었다. 누가 들려준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몸으로 알게 된 귀한 경험...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사건이 있어 배움이 있구나.

드디어 저녁에 공항팀과 샤먼대에서 만났다. 극적인 만남이었고, 공항 낙오팀도 그곳에서 많은 것을 깨달은 듯 보였다,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면서 샤먼대학생들에게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냐고 물어보니, 함께 있던 친구 네 명이 머냐고 관심을 가지고, 서로 고개를 기웃대더니 모두 조회를 해준다. 어찌나 친철 하고 외모도 멋진지, 샤먼대  F4같은 훈남들, 7정거장이 남았다고 했는데, 내가 “우리 그냥 여기 다운타운에서 내려요.” 하니까 갑자기 “가지마” 한다 한국말로!~ 모두 심쿵! 내가 꿈꾸던 여행이다. 버스에서 중국인들과의 대화~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0
 버스에서 만난 샤먼대 F4 

중산로에 내려 화려한 거리를 씐나게 6명이 다녔다. 그리고 배순샘이 있어 우리가 더 분위기가 부드럽고 좋았다며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중산로에서 바다를 보며 앉아 오늘의 겪을래야 겪기도 힘든 공항 연타사건을 이야기하며, 다채로웠던 오늘 하루를 이야기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샤먼 첫날을 마무리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이 힘들어도 오늘 하루가 다 힘든 것은 아니다.’ 사건으로 시작한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지금을 길~게, 여기를 넓~게’ 만들어주어, 하루가 인생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침만 해도 집에 가고 싶고, 공항 연타사건으로 우울하게 비행기를 탔는데, 오전 9시가 좀 넘어 샤먼의 야자수와 화창한 날씨에 문득 기분이 매우 좋아져 하루 종일 신나는 일들을 경험하며 보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내가 힘들고 죽을 것 같은 일이 있어도 조금 지나면 또 살만하고 또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오는데, 아침의 기분이 하루 종일 가는 것이 아닌데, 그걸 모르기 때문에 심하게 안달복달, 불평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 웬만한 건 그냥 밟고 가고, 크게 일희일비하지 말며 담담히 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샤먼에서의 첫날 밤, 난 이런 깨달음을 스스로 얻은 나에게 감동하며 깊은 잠에 들었다.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1
 중산로에서 바라본 야경 

원래 나는
이번 홍루몽 여행을 하면서, 특히 샤먼에서 우리 여섯 명만 다니며, 더 가까이에서 서로를 보게 되었다. 공항 연타 사건 이후로도 둘째 날 페리호를 타는데 수정샘이 여권을 안가지고 와서 다시 홀로 낙오되는 사건을 보며, 우리는 ‘이거 뭐 대본을 쓸래도 이렇게 못쓰겠다. 자꾸 낙오하고 만나고~’ 하며 한결 여유 있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여행이라는 것이 정말 길 위에서 변수, 사건들을 겪는 것이 진짜구나, 그리고 그 사건들에 반응하는 우리 여섯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매사에 지나친 책임감에 두 어깨가 넘 무거워 보이던 만수샘, 그 모습을 보며 더 걱정하는 수정샘, 상황이 발생하면 해야 할 말은 꼭 하는 경선샘,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체력이 따라가지 않아 힘들어 하는, 고기를 못 먹는 지혜샘, 우리는 그래도 공부하는 모임이라며 좋게 좋게 풀어가려는 ‘지나간 것은 자꾸 얘기해서 무엇 하냐며’ 중재하려는 유진샘, 화관에 꽃반지 끼고, '우아~!‘를 연발하며 셀카 찍어대던 나, 그리고 이런 우리 여섯 명을 난징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잘 다독여 주시던 낭송하기 부담스러워하시던 배순샘 까지, 홍루몽의 인물들처럼 우리는 신체도, 반응도 다 달랐다. 사실 내가 친구로 사귀는 스타일들은 한명도 없었다. 그만큼 내게서 거리가 먼 스타일의 사람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우리가 방을 쓰는 것도 그나마 비슷한 스타일끼리 쓰고 있었다. 식신 커플(유진-성희), 재관 커플(수정-만수), 상관 커플(지혜-경선)이 방을 썼다. 막판에 그래서 방을 의도적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비슷한 사람을 가까이 두려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지에서 원래 내가 가까이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가까이에서 부딪히며 불편하기도 했지만 나를 다시 보게 되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1
 샤먼대에서 함께 

마지막 날 가려던 금문도는 포기하고, 낮에 샤먼대를 가기로 했다. 입장시간과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나-수정, 만수는 서문으로, 경선-유진-지혜는 남문으로 입장했다. 본의 아니게 10위안씩을 내고 새치기를 하여(만수샘만 제대로 들어옴) 입장한 우리, ‘루쉰이 있는 곳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찔려 하면서, 중국에서 배산임수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라는 명성의 샤먼대의 좋은 기운을 맘껏 느꼈다.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1

 

 샤먼대에 있는 루쉰기념관 


점심을 먹으며, 지혜샘의 “짜다”는 평에 경선샘의 불평 그만하는 일격에, 우리는 또 심각해졌다. 그래도 경선샘이 본인의 발언에 대한 상세한 설명, 그리고 그에 대한 지혜샘의 생각이 오고갔다. 감정은 격했지만 그래도 그 격한 감정 속에서 감정이 풀어짐을 느꼈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나에겐 불편하고 생소했지만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난 늘 ‘좋은 게 좋다’며 그렇지 않아도 다 덮어버리는 의사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귀찮아도 불편해도 서로 솔직히 감정을 나누고 설명하는 것이 인간관계에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야 서로 가까워지고, 친해진다.

사건․사고와 갈등과 화해까지, 거기에 낭송까지, 여행고전을 몸으로 쓰고 온 것 같은,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아주 색다르면서 의미 있는 이번 여행 속에서 난 나를 더 깊이 있게 보게 되었고, 원래 나에서 좀 탈피해보고 싶은 점들을 몸으로 깨달았다. 말보다 행동하기, 일 너무 벌이지 말기, 현재 일에 집중하기 등.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1

꽃반지 단체사진

원래 여행은, 패키지로 가던지, 자유 여행이면 주요 명소를 중심으로 코스를 짜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며 다닌다. 이번 홍루몽 낭송 여행은 아마 대한민국 역사 이래 첫 시도된 것으로, 이런 원래 여행과 달리 여행 중에 낭송을 한다. 우리는 사실 6박7일 내내 낭송 촬영 장소를 물색하며, 안 외워지는 낭송 구절에 다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며, 중국 사람들이 우리의 낭송하는 것을 구경하는데 부끄러워하기도 하며, 그렇게 낭송로드 스쿨과 조금씩 친해졌다.

내가 낭송 구절, 장소로 최고로 꼽는 것이 셋째 날 남경 총통부인데, 홍루몽의 배경이 된 곳이라 그런지,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연못 누각에 우리 여섯 명만 앉아서 낭송을 하는데 우리의 낭송 소리와 그 시공간의 어울림이 너무 좋았고, 우리 모두 그 순간 낭송구절에 옴팡 빠져든 것이 느껴졌다. "억울한 일 보답은 가볍지가 아니하니 헤어지고 만나는 일 모두가 전생 인연~ 새들이 모이 먹고 숲속으로 날아가듯 눈 덮인 하얀 벌판 정말로 깨끗하구나".(「홍루몽 1권」5회, 133~140p) 단순히 명소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공간에서 조원들과 함께 집중하여 소리를 맞춰가며 낭송을 하는데 정말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기분이 들어 색다른 느낌이었고, 아직도 낭송하던 그 느낌이 기억난다. 이번 홍루몽 여행에세이까지 마무리하면 정말 섭섭할 것 같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꼭 한 가지만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난, 남경 총통부에서 함께 낭송할 때의 그 순간에 몰입한 기분, 그 느낌을 가져가고 싶다.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61
 남경 총통부에서 1조 단체 사진 

 

 

뽀너스~~여행 사진 대방출!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남경 박물관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비둘기 고기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남경총통부에서 조별 단체 암송했던 곳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중산릉에서 명효릉 갈 때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거리에서 흔하게 파는 '화관'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구랑위 섬에서 본 샤먼의 모습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구랑위섬에서 본 일몰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구랑위 섬에서 페리를 타고 돌아오던 길, 중산로 방향 야경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남보타사에서 단체 사진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샤먼대학을 누비는 중, 캠퍼스 좋아~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남경 공자묘 야경

 

af044495202abe1b327924d97a784bce_1448171
샤먼 해안도로에서 자전거 타고 달리다 야자수 한모금 시원하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mail : mvqblo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