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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원정대 | 자연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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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거인 작성일15-09-12 18:18 조회2,0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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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쿵푸로드 원정대의 탐사이야기. <스피노자를 걷고, 네덜란드를 읽다>

 

여섯번째 이야기.

네덜란드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세 가지 렌즈

 

철현

 

 ■ 너무나 자연스런 개똥! 담배꽁초! 
   네덜란드 거리에서 눈에 띄는 점 하나. 매우 지저분하다는 거다. 유럽이니 깨끗하겠거니  예상했던 내게 거리에 마구 버려진 담배꽁초와 산책로의 개똥은 충격이었다. 길가에 지뢰처럼 깔려 있는 개똥을 피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네덜란드인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그 정도는 쓰레기도 아니라는 듯이. 뭔가 그들은 쓰레기에 대한 다른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우리나라 거리도 더럽긴 마찬가지다. 허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런것들이 몇 시간 만에  깨끗이 치워진다. 반면 네덜란드에는 개똥과 담배꽁초가 하루 이틀이 지나도 계속 그 자리에 있다. 말라비틀어진 개똥과 무수한 사람들에 의해 짓밟힌 담배꽁초가 네덜란드의 강한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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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원정대를 깜짝 놀랬켰던 암스테르담의 공원

어마어마한 나무들이 있었다.

신선한(?) 개똥 때문인가??


   어떤 곳에서는 쓰레기고, 다른 곳에서는 쓰레기가 아닌 이 상황은 도대체 뭐란말인가?^^ 이런 의문이 들면서 시골할머니가 떠올랐다. 예전에 할머니는 쓰레기라 여겨지는 옥수수껍질, 과일껍질, 조개껍질, 담배꽁초 등등을 집주변이나 밭 근처에 마구 버렸다. 내가 ‘쓰레기를 왜 버리냐’고 항변했지만, 할머니는 ‘이것들이 썩거나 부서져 흙의 일부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런 것들은 도시에서 자연히 처리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가 된다. 흙을 밟는 일이 힘들 정도로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는 도시. 산책로마저도 폭신한 우레탄을 깔아놓는 도시의 공원들과 놀이터. 이곳에서는 일정 정도의 쓰레기를 흙으로 순환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도시가 감당할 수 없는 것. 결국 모든 것이 쓰레기가 된다. 그래서 쓰레기를 수거해 도시 밖의 매립지를 모아놓고, 그것들의 처리에 골머리를 썩힌다.

   네덜란드 또한 대도시지만, 어느 정도의 쓰레기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였다. 물론 도로는 아스팔트였지만, 이를 제외한 인도들은 흙을 구경할 수 있는 돌 길, 그리고 그 주변엔 잔디밭과 흙들이 많았다. 게다가 도시 곳곳엔 매우 큰 공원들이 많았다. 이 정도의 환경은 담배꽁초나 개똥같은 건 가뿐히 감당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건 쓰레기로 취급도 하지 않는 거다. 이것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발 딛고 사는 땅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중한(?) 존재가 된다.^.^;; 담배꽁초와 개똥은 더 이상 쓰레기가, 치워져야할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도시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었다. 결국 난 네덜란드에서 길을 걸으며 담배꽁초와 개똥이 마구 버려진(?) 거리에서 아주 커다란 ‘자연스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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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가 많은 만큼,

운하를 끼고 있는 잔디도 많다.

쓰레기를 쓰레기 아니도록 만드는

잔디의 놀라운 능력!

 

 ■ 물의 리듬과 함께 길을 걷다 
   여행의 둘째 날, 아침밥을 잔뜩 먹고 너무 배가 불러 산책을 나갔다. 단지 소화시킬 겸 걸었는데, 우리가 걷고 있는 산책로의 풍광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커다란 운하를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길과 도로들, 그 길을 따라 개와 함께 산책하는 네덜란드 현지인들, 그 운하의 바로 옆에 줄지어있는 형형색색의 수상가옥들. 이 모든 게 너무 잘 어우려졌다. 게다가 새벽녘의 아침놀까지 더해져, 우리는 주황색으로 찰랑찰랑 빛나는 운하를 바라보며 황홀한 산책을 계속했다. 결국 가볍게 시작한 산책 때문에 본격적인 여정에 쓸 힘을 다 날려버렸지만^^;;

 이 풍경은 한국에 와서도 내 머리 속에 아른거렸다. 내가 이렇게 네덜란드앓이(?)를 한 것은 그 풍경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움 때문이다. 이 광경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지만, 네덜란드의 운하와 매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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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숙소 앞에 흐르는 운하

물 위에 떠있는 컨테이너(?) 비슷한 것들이 모두 수상가옥이다.

물 위에 떠서 사는 기분? 글쎄다~

  청계천을 보면 일단 마음이 불편하다. 왜냐면 너무 물살이 빠르기 때문이다. 아마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조정해서 그럴 것이다. 청계천 어딘가에 물의 흐름을 거슬러 물을 퍼올리고 순환시키는 모터가 있다고 들었다. 천의 수심은 얕지만 이를 보면 괜히 마음이 급해지며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계곡이나 폭포라면 그런 물의 흐름을 보고 청량감 내지 경쾌함을 느낄테지만, 이건 평지에서 그렇게나 빠른 물의 흐름이라니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그러나^^;; 물의 흐름을 통해서?

  반면 네덜란드의 운하는 물의 흐름이 청계천과 다르다. 네덜란드의 땅은 바다보다 낮다. 그곳엔 언제나 홍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커다란 댐을 만들며 자연에 대항하는 대신, 물의 흐름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지를 고민했다. 물의 리듬을 따르는 방식! 모이면 거대한 파괴력을 지니는 물의 흐름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그대로 두되 그것이 자연스럽게 흐를 여러 갈래의 길을 터주는 것, 이것이 운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네덜란드인들은 아주 오랜 세월, 천천히 그들이 사는 자연을 만들어갔다.

 내가 걸었던 산책로는 바로 그 운하를 따라 흐르는 길이었고, 또 네덜란드인들이 물의 리듬과 맞추어가는 역사적 시공간들이 겹쳐져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 흐름들과 함께 그곳을 걸었던 것이다. 내가 느낀 황홀한 ‘자연스러움’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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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운하에는

사람도 살고 오리도 산다.

둘 다 물 위에 뜬채로~

 ■ 바람과 함께 춤을  
    풍차의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 마침 우리가 묵고 있는 암스테르담과 가까운 곳에 잔세스칸스라는 풍차마을이 있었다. 여러 가지 제조업으로 성황이었던 골든 에이지(Golden Age), 바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공업도시였을 거다. 에너지의 사용방식이 변한 지금, 그곳은 근교의 조그만 시골마을로 남아있었다. 그 영광의 흔적을 몇 대 남은 풍차 속에 조용히 간직한 채로.

    암스테르담의 교통 및 박물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 ‘아이암스테르담’ 카드 덕분에, 여러 군데의 풍차를 방문할 수 있었다. 나는 풍차하면 물레방앗간이 떠올라서, ‘떡을 만드는 방앗간’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풍차를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을 이용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풍차는 공장이었던 것. 전기 대신 바람이라는 에너지를 이용했던 것이다. 나무를 자르는 풍차, 돌을 갈아서 염료를 만드는 풍차, 밀을 빻는 풍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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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마을이라고 해서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예상했다.

하지만 풍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풍차는 바람을 이용한 발전소, 혹은 공장이었다.

그러니 풍차가 늘어선 여기는 곧, 공업단지라는 뜻~

 

  걔 중에서 나무를 자르는 풍차가 인상 깊었다. 나무의 향긋한 냄새가 풍겨오고, ‘쓱삭쓱삭’ 불규칙하지만 리드미컬한 소리가 들려오는 그곳에서는 긴 나무를 세로로 얇게 자르고 있었다. 그곳엔 가이드가 있었고, 이 풍차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설명 후엔 질문들도 받았다. 우리는 풍차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기에, 많은 질문을 퍼부었다.^^

   그 중 재밌는 것 하나.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나무를 자를 수 있나?”고 물어봤다. 그 분이 하는 말. “그건 그때 그때 달라요. 알 수 없어요!”

   우리는 “맞아~맞아!”하며 웃어댔다. 헉! 바람이 어디 매일, 매시간 일정한 세기로 분단말인가. 우리는 공장인지라 너무 당연하게 하루 생산량이 얼마인지 물어봤던 것. 이거 너무 자본가적인 질문 아닌가? 순간 뜨끔했다.^^;;

   한편으로 이런 광경이 떠올랐다. 농부들이 비가 안와서 그 해 작황이 부진하다고 하듯이, 옛날의 네덜란드 제조업자들은 그해 바람이 너무 안 불어서 생산량이 줄었다고 낙심했을 것이다. 또 바람이 별로 불지 않으면, 사람들은 물자들을 아껴썼을 것이다. 비가 오건말건, 바람이 불건말건 언제나 대량의 상품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금과 매우 대조적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축척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과는 동떨어져 생산된다고 생각했던 공산품들이 이토록 자연의 리듬과 결부되어 있다니. 이것이 이토록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니. 이를 보니 현재의 생산방식이 매우 부자연스러워보였다. 한편으로 자연의 리듬 속에서 여러 공산품들과 관계 맺었던 당시의 시공간, 사람들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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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속에 있는 기계설비.

큰 가로대가 움직이면서 쓱싹쓱싹 통나무를 절단하고 하고 있다.

얼마나 자르냐고?

바람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

 ■ 암스테르담, 자연스러움을 노래하다 
   자연스러움. 네덜란드의 도시풍경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이런 느낌은 단지 유럽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보통 유럽에 가면 거기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자연스러워보이고 좋아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나도 혹시 그랬나?^^;; 뭐~ 이걸 내가 어찌 안단말인가?

    난 네덜란드의 도심을 걸으며 암스테르담이라는 자연이 존재하는 방식을 보았다. 자연과 인공적인 것을 구분하고 그 경계에서 서로를 조율해가는 방식이 아닌, 온갖 것들이 리듬을 맞춰가며 ‘도시’ 혹은 ‘자연’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방식말이다. 물의 리듬, 나무의 리듬, 바람의 리듬, 개똥의 리듬 등등 이 모든 것이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어 암스테르담이라는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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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어디서나 이런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오리와 개들이 뛰어놀고, 사람들은 그 옆을 산책하고.

사람, 오리, 물, 바람, 똥까지- 모두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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