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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의 아케이드 산책기 | 민중을 포획하는 최고의 전략, ‘전략적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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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동 작성일18-09-20 10:05 조회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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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의 아케이드 산책기란?

 

벤야민 발터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완성된 형식의 책이 아니다. 이것은 19세기 파리의 자본주의와 관련된 인용문들과 자신의 메모들을 모아놓은 모음집이다. 그리고 이 메모들과 인용문들은 전혀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지 않다. 이런 산발적인 메모들을 읽다 보면 마치 19세기의 파리를 산책하는 벤야민의 의식의 흐름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방식은 하늘에 별을 보고 그것들을 이어 보면서 각자 나름의 별자리를 만들어보는 것과 비슷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아프로세미나에서는 정말로 이 작업을 별자리 만들기라고 부른다. 그렇게 각자가 발견한 별자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프로세미나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글에도 나는 내가 이 책을 산책하며 발견한 나의 별자리를 들고 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즐거운 산책이 될지, 아니면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업을 통해서 나는 벤야민의 희미한 발자국이라도, 아니면 발냄새라도 쫓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냄새(?)가 나의 공부와 삶에 조금이라도 배어들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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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산책을 시작해볼까요?

 

민중을 포획하는 최고의 전략, ‘전략적 미화

 

오스만 남작은 파리라는 도시를 현재의 모습으로 계획하고 만들어낸 사람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그의 업적 덕분에 지금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의 파리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신성형수술에 버금가는 오스만의 도시 개조 끝에, 파리는 이전보다 체계적이고 편리하며 아름답게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벤야민은 이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욕망들을 들춰내기 위하여 그것의 출발점으로, 19세기의 파리로 되돌아간다. 19세기 파리에서는 여러 차례의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봉기가 있었다. 말하자면, 귀족과 부르주아에 대한 무산계급의 반란이었다. 수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프롤레타리아를 저지하기 위해 당시 권력층이던 오스만은 그럴듯하게 민중들을 속이면서도 그들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미화를 생각해냈다.

 

오스만이 벌인 사업의 진정한 목적은 내란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었다. 파리의 거리들에 바리케이드를 구축하는 것을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 도시 계획자로서의 오스만의 이상은 널찍한 대로들이 길게 늘어서 원근법적 전망 속에 한눈에 탁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상은 19세기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경향, 즉 기술적 필요를 유사-예술적 목표를 내세워 고상한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에 상응하고 있다.(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새물결, 133)”

원근법적으로 한눈에 넓은 공간을 볼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을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스만은 이런 원근법적 전망을 확보하겠다는 명목아래 프롤레타리아의 저항을 무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시가 개조되고 길이 넓어질수록, 군대의 이동은 편리해졌고, 저항세력들이 숨을만한 좁은 골목은 사라져갔다. 이것은 예술적 목표를 내세우며 권력의 손아귀로 민중을 포획시키는 식의 중앙집권의 강화일 뿐이었던 것이다.

자본주의가 사용하는 포획방식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좋은 집, 좋은 차, 아름다운 옷과 상품들에 대한 광고들은 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긴다. 사람들은 새롭고 아름다운 상품들에 매혹되어 그것을 구매한다. 그런데 이런 소비를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소비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움을 쫓으며 필요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노동에 바치게 되지도 모른다. 그런 자본부의의 전략적 미화에 우리도 모르게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들을 추구하며 아주 자발적으로자본의 회로 속으로 포획된다. 어쩌면 정말로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권력이나 자본의 은밀한 전략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만을 보려고 하는 우리자신의 욕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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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형식의 갤러리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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