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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두와 석영이 | 하늘을 때우지 못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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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영 작성일18-09-22 10:21 조회109회 댓글0건

본문

 

 

 

 

하늘을 때우지 못한

 

 

김석영

 


 홍루몽의 원제는 <석두기>로, ‘돌에 적힌 이야기’라는 뜻이다. 어쩌다 돌에 이야기가 적혔느냐고 하면, 여와씨가 돌을 달구어 하늘을 때우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와씨는 하늘을 때우기 위해 36,501개의 돌을 달구었는데, 실제로 하늘을 때우는 데에는 36,500개의 돌만이 쓰였다. 거기에 끼지 못한 남은 돌 하나는 청경봉 아래에 내던져 졌다. 그 돌의 이름이 바로 ‘석두’. 석두는 불에 단련되었기 때문에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신통한 능력으로 그는 밤낮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만 했다. ‘모두가 하늘을 때우는 데 나만 그러지 못하는구나!’하는 원망과 결핍감을 가득 안고.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한숨으로 지새고 있을 때 홀연 스님 한 분과 도사 한 분이 저 멀리서 다가왔다. 비범한 생김새에 남다른 풍채를 가진 두 사람은 함께 떠들고 웃으면서 이 봉우리 아래 이르러 이 돌 옆에 앉아 고담준론을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구름 산과 안개 바다와 신선의 일과 현묘한 얘기를 하더니 이어서 저 홍진세계의 부귀영화에 대해 온갖 말을 늘어놓았다. 돌은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다가 불현 듯 범심이 동하여 자신도 저 인간세계에 내려가 한차례 부귀영화를 누려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일어났다.

─조설근, 『홍루몽』 1권, 나남, 2014, p.25

 

 그러던 석두는 어느 날 인간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석두의 마음에 자신도 인간세계에 내려가 살아보고픈 욕망이 ‘불쑥’ 올라온다. ‘왜 하필 인간세계인가?’ 물으면, 이유는 없다. 우리의 욕망이 늘 그렇게 뜬금없이 올라오듯이. 오랜 시간 불에 달궈지며 석두 안에는 한숨만 쉬고 있기에는 넘쳐나는, 뜨거운 열에너지가 축적됐다. 그리고 넘치는 힘은, 어떻게든 흘러갈 길을 찾는다. 그렇게 힘이 흘러갈 길을 찾고 있을 때, 마침 석두가 인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과 접속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 한 마디로 인연이다!^^

 석두는 얼른 도사와 스님에게 부탁을 한다. 인간세계에 내려가 보게 해달라고. 넌지시 거절하는 두 선사에게 조르고 또 조르는 석두. 이 때, 석두에게 “나만 하늘을 때우지 못 했어!”하는 결핍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원망의 마음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때와는 딴 사람, 아니 딴 돌(?)이 된 것이다. 자신이 하늘을 때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믿음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 안에 뜬금없이 올라온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것은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은 자, 욕망의 벡터를 '적극' 바꾼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다.

 두 선사는 결국 ‘이야말로 고요함이 극에 이르면 움직이고자 하는 것‘이라며 석두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게 석두는 두 선사의 도움을 받아 작은 크기의 옥이 되어 인간세계로 내려오고, 이곳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을 다시 돌이 되어 자신의 몸에 새긴 것이 바로 <석두기>다. 고요함이 극에 이르러 움직이고자 했을 때처럼 석두가 다시 청경봉의 돌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 움직임이 극에 달했을 터. 과연 넘치는 호기심이 만들어낸, 극에 달한 '인간세계와의 접속'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다면 홍루몽을 주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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