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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그리스인 호호미 | ‘나그네’를 나의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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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호미 작성일18-11-09 08:29 조회63회 댓글0건

본문

 | 나그네를 나의 삶 속으로

 

 

 

 

 

오늘은 자신들의 삶을 훌륭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나그네를 어떻게 대했는지 들여다보려고 한다. 나그네가 삶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과 연결된다는 그들의 상상력. 그 독창성에 잠겨보는 것, 재밌지 않을까?

 

오뒷세이아에서 10년 동안 고향땅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오뒷세우스는 그리스의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된다. 그 때 오뒷세우스의 신분은 한 나라의 왕이 아니다. 험한 바닷길을 헤쳐 온 그의 행색은 꾸질꾸질 그 자체. 그런 몰골로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닿은 오뒷세우스는 우연히 그 나라 왕의 딸인 나우시카아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오뒷세우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우시카아가 그를 대하는 모습이 좀 놀랍다. 그녀는 한낱 나그네인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나그네여! 지금 그대는 우리 도시와 나라에 왔으니 옷은 물론이고 불운한 탄원자가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당연히 받게 되어 있는 그 밖의 다른 것도 무엇이든 받게 될 거예요. 나는 또 그대에게 도시를 가리켜주고 백성들의 이름을 일러주겠어요. 이 도시와 나라에는 파이아케스족이 살고 있고 나는 고매한 알키노오스의 딸인데 파이아케스족의 힘과 세력은 그분에게 달려 있지요.”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 2013,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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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시카아와 오뒷세우스

 

나우시카아의 말을 들어보면 그 당시 그리스인들에게는 나그네를 환대하는 것이 당연한 윤리였음을 알 수 있다. 낯선 이에 대해 경계하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베풀고 자신들의 도시를 소개하는 것이다. 나그네는 돌아다니는 자이다. 그리스인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나그네를 존중했다. 그가 제우스께서 보내신 자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경외를 품음으로써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고자 했다.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려했던 그리스인들은 나그네에게 보시하는 것을 중시했다. 덕분에 오뒷세우스 역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도 잘 얻어먹고 잘 곳까지 제공받는다. 오뒷세우스의 출신이나 의도는 모르지만, 그리스인들은 그에게 베풂으로써 자신들의 몫을 다한다. 삶의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성을 다하고자 했던 그 마음은 뭐였을까?

 

그렇다고 나그네가 얻어먹기만 했던 건 아니다. 나그네는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며, 이 도시 밖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그네는 TV나 통신수단이 없는 시대에 일종의 리포터와 같은 역할을 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나그네의 이야기는 몹시 중요했다. 왜냐하면 그리스는 수많은 독립된 폴리스들로 이루어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리스에서 폴리스 간의 이해와 소통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 체제의 유지가 가능하기 위해서 그들은 늘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했다. 나그네는 그런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자였다. 그리스인들은 나그네를 통해 타자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의 삶에 훌륭해질 의무를 스스로 부과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나그네라는 낯선 이를 이렇게 이해하곤 했다. 낯선 이를 자신들의 삶과 연결 지어 생각했던 그리스인들의 상상력은, 낯선 이에 대해 지금의 내가 갖고 있는 감각을 돌이켜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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