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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과 아이들의 중국여행기 | 열하로! 단순무식용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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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거인 작성일15-09-15 14:33 조회2,9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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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 민경, 키키, 그리고 길쌤의 딸 두 명(윤석과 승주). 이렇게 다섯 멤버가 중국 베이징과 열하를 다녀왔습니다. 마음 편히 '피서'느낌으로 출발했지만, 정말 편하게만 다녀왔을까요? '러시아문학팀'인 민경과 키키의 눈으로 본 중국, 그 이야기가 2주 주말(4회)동안 펼쳐집니다. 기대해주세요~!

길쌤과 아이들의 중국 여행기 1편
열하로! 단순-무식-용감하게!

 

키키


무식하고 용감하게 떠나다

    보름 전, 길쌤과 길쌤의 아가들이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길쌤의 맏딸 윤석이와 셋째이자 막내 승주, 작년 이맘 쯤 길쌤과 함께 러시아를 다녀왔던 민경, 키키(접니다) 이렇게 모두 다섯 명이 이번 여행의 멤버다. 나란히 서 있을 땐 거인처럼 느껴지는 장신의 민경이, 길샘 밑으로 그나마 나이 하나라도 더 먹은 나를 포함해 아가라고 부르는 게 맘 편하진 않다. 하지만 명색이 ‘쿵푸스 온 더 로드’인데 출발하는 날까지 열하일기를 들춰보거나 뭐 하나 제대로 공부한 것 없이 속 편히 여행 하려했던 나를 되돌아보니 여전히 ‘어리다(혹은 어리석다)’ 싶다.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을 때가 언제 오려는지!

   그러면 우리 아가들을 이끈 것은 길쌤? 아니, 이번 여행의 일정 전체를 계획하고 경비를 관리한 것은 민경이다. 풋풋한 스무 살, 갑자 일주를 지닌 민경이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는 중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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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 승주, 윤석

묘하게 많이 닮은 듯한 세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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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과 키키

외팔묘에서 한 컷!

 

    중국 여행 다녀 올 거라고 말하니 주변 분들이 묻는다. 왜, 뭘 하러 가는 거냐고. 우리가 어떻게, 왜 중국에 가게 되었는지 말을 덧붙여 보자면 이렇다. 사실을 말하자면 올 초만 해도 중국에 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당초 길쌤과 여행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지금도 한창 도스토예프스키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의 목적은 러시아 문학 기행이었다. 작년, 딱 7월 이맘 때 길샘과 기원, 민경, 키키 이렇게 넷이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서 푸시킨, 고골, 도스토예프스키가 누볐던 거리를 걸어 보고, 그들이 살던 집(또는 박물관)에 들러보기도 했다. 그랬던 것처럼 다음 목표, 즉 원래 올해의 목표는 고골의 출신지였던 우크라이나로 가서 그의 향취를 쫓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세 달 전에 우크라이나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하고 들 뜬 마음으로 항공권 예매를 하려던 바로 그 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뉴스에서 불길이 치솟는 우크라이나의 거리 모습이 종종 방송되었다. 듣자하니 우크라이나가 올 초부터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시끌시끌했는데, 거의 내전 수준으로 갈수록 시위도 점점 거칠어지고 위험해져서 지금 여행 갔다가는 까딱하면 휘말릴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여행은 그렇게 잠정 취소되었다. 그런 차에 곰쌤이 길쌤에게 그러면 열하나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말을 건넸고 길쌤이 민경이와 내게 와서 ‘너네 중국 갈래?’라고 말을 던지신 것. 열하가 중국 여름 피서지로 유명하다고 하니까, 우리도 피서 차, 짧게 관광이나 하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더군다나 중국이 처음이었던 나는 이 기회를 두 번 생각 않고 덥석 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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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의 나비효과

이 사태가 우리를 중국으로 가게 만들 줄이야!

 

    이렇게 중국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딱히 중국에 다녀올만한 구실도 없었고 뭔가 이와 관련해서 참조가 될 만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 내가 중국에 다녀오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그렇다. ‘그냥’, ‘놀러’ 가는 거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작년 러시아로 떠날 때는 푸시킨, 고골 문학 작품도 읽고, 여러모로 참조하기 위해 간다는 목표가 뚜렷한 것에 비하면 이번 중국 여행은 느슨하기 짝이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또는 용감하면 무식하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어쨌든 얹혀 가듯 그렇게 중국에 다녀오게 되었다. 이런 생각 없는 아해의 모습을 보고 아마 길쌤은 한숨 푹 내쉴 테지.(혹은 이미 오래 전에 그랬겠지!)

 

 

낯설지 않은 중국, 낯선 여행

    이번 여행의 매니저이자 총무를 맡은 민경이를 듬직한 길잡이로 내세워 떠났지만 역시나 여행이란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는 법.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 ‘낯선 것’으로 출현했을 때 우리는 번번이 헤맸다. 첫날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승덕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버벅거리기는 했어도 공항에서 시내까지 나와서 지하철 환승까지도 별 탈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역에서 터미널로 가는 길을 찾지 못 해서 길을 물어봤을 때, 우리는 잠깐 공황에 빠졌다. ‘버스 터미널’이란 단어를 알아듣지 못 했던 것이다. 일반 시내 버스 정류장이 아닌 시외 버스 타는 곳을 그러면 뭐라고 해야 하지? 한국에서는 외래어를 워낙 많이 사용하고 영어 단어를 노래에서든 광고에서든 익숙하게 듣는데다가 못 해도 where, how 정도는 알지 않는가. 그런데 중국에서는 영어 단어 자체를 거의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승덕에 간다’고 하며 어떻게 어떻게 터미널 가는 길을 물어봐서 무사히 도착하기는 했다.

    여행을 떠난 이상, 낯선 것 또는 예상치 못했던 것들과 마주치는 건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헤매는 것은 기본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마다 민첩하게 살피면서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과감하고 용감하게 나서야 했다. 아마 제일 좋은 건 의연한 태도로 낯선 세계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일 테지만. 그런데 생각이고 나발이고 그냥 곧바로 진입해야 될 때가 있다. 가령 화장실 같은 문제. 승덕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화장실을 갔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문이 없는 변소’를 보았다. 대체 왜 문이 없을까? 모르는 사람과 마주 보고 앉아서 변을 본다는 게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데, 아마 화장실을 보고 수선 떠는 우리를 보고는(무슨 말 하는지는 몰랐겠지만) 중국사람들이 더 남사스럽게 여겼을 것도 같다. 일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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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흠... 그러니까 이렇단 말이죠?

  

     처음 중국에 다녀 온 감상을 이제는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중국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아니, 말로 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작년 러시아나 네팔에 다녀왔을 때와 비교하면 중국에서의 낯섬과 경이로움이 상대적으로 무디게 전해졌다. 중국인들이 붐비는 모습 따위는 이미 새롭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어쨌든 비슷한 문화권에 있는 나라여서일까. 혹은 여행 일정 상, 피서지였던 피서산장과 외팔묘, 북경의 시내와 몇몇 주요 명소만 짧게 다녀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관성 없는 내가 넋 놓고 있다가 이번 여행에서 딱히 하는 일 없이 따라다니기만 해서였을까? 그걸 전적으로 무엇무엇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주요 원인은 역시 마지막에, 내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떠올려보면 중국은 충분히 낯설었다. 북경 시내를 걷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본점 백화점이라고 할 만한 크기의 건물들이 기본적으로 길 양 쪽에 늘어서 있다거나 대여섯 채의 큰 건물을 지났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 한 건물이었다거나 하는, 대륙의 마인드를 엿 볼 수 있었다. 또 상상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피서 산장이나 널찍한 거리, 어딜 가나 철저한 보안과 짐 검사 하는 공안들이 서 있는 모습, 좁은 골목에서 볼 수 있는 홍등 같은 아기자기한(?) 중국 장식들, 이상한 먹거리 등등 중국이 이국적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따라간 나는 다른 감각들에게 충분히 반응하지 못했다. 이 낯선 것들 앞에서 멍 때리고 있는 한, 이 모든 다른 감각들이 낯설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보통, 외국에 나서면(꼭 외국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인데) 낯설다는 티를 내는 만큼 주목받거나 뭔가 실수를 하게 될까봐 이번처럼 낯선 화장실 문화를 만났을 때는 물론이고 거리에서든 식당에서든 ‘낯설지 않은 척’을 하곤 했다. 그것은 낯설지 않은 것과는 천양지차다. ‘의연한 척’을 한다는 것은 반대로 그것이 너무나 낯설어서 익숙하지 못한 그 감각을 제대로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길쌤도 계시고 어린 승주도 있어서 전반적으로 일정은 빡빡하지 않았고 일정이나 길을 찾아가는 문제에 있어서도, 총무를 나서서 맡고 있는 민경이가 있어서 내게는 힘든 것 하나 없는 ‘편한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불편하고 낯설었던 건 바로 ‘여행하면서도 여행하지 않는 것 같은’ 경험 자체였다. ‘그냥’ 떠난 내게 여행은 처음부터 시작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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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녀 느낌의 가이드, 민갑자

여행을 진두지휘했다

 

   마치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여행을 다녀오기는 했는데 뭔가 불충분한 느낌이랄까. 아니, 사실 여행을 얼마나 밀도 있게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다른 시공간을 만끽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패키지냐 아니냐에 달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내가 이 여행을 만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충분히 고민했을 때에만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는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제 자리에서 다른 감각과 만나고, 정말 몸으로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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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무식용감하게 떠난 열하의 피서산장

이제 그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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